참고자료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별빛3 2009. 3. 2. 08:04


[과학에세이]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강신익
뇌와 마음 하나이듯 우리 사회도 하나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짧은 경구 속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기원하고 17세기 유럽에서 꽃피운 근대 서양사상의 진수가 담겨있다. '나', '생각', '존재'가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얽혀 있는 것인데, 존재의 주체가 '우리'가 아닌 '나'라는 점이, 개별적인 사람들보다는 사람 사이(人間)를 강조하는 동아시아 전통과 다르다. 다음으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나의 신체나 행위가 아닌 '생각'이라는 점인데, 이로써 물질적 존재인 신체와 정신적 존재인 생각을 전혀 다른 차원에 두며 생각을 신체의 우위(원인)에 두는 심신이원론이 탄생한다.

이렇게 몸(신체)과 마음(생각)을 나누었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 둘을 뚜렷이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 데카르트는 뇌 속의 송과선이 그 둘을 잇는 다리라고 생각했다. 이후 정신이 신체를 지배하고 정신은 뇌라는 신체 부위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은 서양과학과 문명의 근간이 되었다. 이는 뇌 속에 작은 '나'가 들어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뇌 속의 나는 명령하는 나(마음)이고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나는 노예인 나(몸)이다.

그런데 현대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명령하는 나가 자유의지를 가지는 단일한 존재가 아니며 그 경계를 설정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뇌의 각 부위는 특정 기능으로 특화되어 있지만 다른 부위와의 연결이 차단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한다. 예컨대 뇌 속의 브로카 영역이라는 부위에 손상을 받으면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해마를 다치면 기억력을 잃게 되며, 편도체에 손상을 입은 생쥐는 고양이 앞에서도 전혀 무서운지를 모른다.

우리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의 장치를 통해 내가 어떤 상태에 있을 때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제 나(마음)는 송과체를 통해 몸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 된다. 마음은 뇌 속에 형성되는 신경세포의 연결 상태이지만 그 연결망은 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마음은 신체의 상태가 뇌에 반영된 신체의 지도일 뿐이다. 뇌 속의 나(마음)는 자유의지를 가지는 정체성이 아니라 수없이 다양한 상태를 오고감으로써 비로소 존재하는 활동성이다. 뇌는 끊임없이 신체의 지도를 그리고 있으며 그렇게 변해가는 신체의 지도가 바로 마음이다. 마음은 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반영된 뇌의 끊임없는 변화의 패턴일 뿐이다. 결국 몸과 뇌와 마음은 하나가 된다.

이 논리를 더 확장하면 몸, 뇌, 마음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하나가 될 수 있다. 물건을 훔치러 남의 집에 들어간 도둑이 마침 한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자 자신이 도둑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뛰어들어 아이를 구한다는 맹자의 이야기는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뇌가 본질적으로 사회적임을 말해준다. 타인의 위험을 느끼는 마음과 반사적으로 뛰어들어 아이를 구하는 몸은 둘이 아니며, 위험에 처한 아이와 그를 구한 도둑도 둘이 아니다.

현대 신경과학은 거울신경세포를 발견함으로써 그런 반응이 생물학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거울신경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통해 타인의 몸의 상태와 감정을 파악하여 그것이 마치 자기의 것인 듯 느끼게 하는 세포조직이다. 갓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냄새와 체온과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엄마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로 자기 것으로 한다고 한다. 위험에 처한 아이를 구한 도둑의 뇌를 조사해 보면 틀림없이 거울신경세포들이 활성화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독거노인을 돕고 기름이 유출된 바닷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착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뇌가 그리고 우리의 몸이 그런 활동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간은 그렇게 서로를 도우면서 살도록 진화되어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고통에 반응하고 그것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마음은 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를 매개로 생물학적으로 진화해 온 우리의 몸속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마음은 좁은 통로로 몸과 연결된 어떤 존재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몸의 관념일 뿐이다.


인제대 인문의학 연구소장
입력: 2008.01.28 20:36
출처: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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