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神의 입자를 찾을까?

별빛3 2008. 6. 2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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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의 입자(粒子)’. 1988년 노벨상 수상자인 레온 레더만 박사는 자신이 저술한 책 제목에서 ‘힉스입자’의 별명을 이렇게 붙였다. 보일 듯 말 듯한 이 신의 입자를 발견하기 위하여 과학자들은 거대한 시설과 인력이 투입되는 대장정을 30여년 전에 시작했다. 그리고 5년 정도 뒤면 그 정체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거의 반세기에 걸친 연구인 셈이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힉스입자에 대하여 왜 그렇게 매력을 느끼며 궁금해 할까?

모든 물질은 무게를 나타내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 물질을 쪼개고 쪼개 보면 우리가 관측하는 대부분의 현상을 나타내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원자들도 모두 질량을 가지고 있으며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들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 

또 원자핵은 전기를 띤 양성자와 전기가 없는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양성자와 중성자는 놀랍게도 두 종류의 쿼크(업, 다운)가 3개 모여서 된 입자임이 1961년 미국의 과학자 겔만 교수와 이스라엘 과학자인 네만 교수에 의하여 밝혀졌다. 이후 입자물리(요즘은 고에너지물리라고 불린다) 분야는 실험과 이론학자들이 서로 경쟁하듯 물질 구조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검증하는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쿼크도 질량과 전기를 띠고 있다. 쿼크는 업, 다운과 같이 2개씩 짝을 이룬 6종류가 있다. 전자, 중성미자 등의 렙톤(가벼운 입자라는 뜻)도 마찬가지로 2개씩 짝을 이룬 6종류가 있다는 것이 그 후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와 관련된 업적으로 16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했다. 즉 입자 발견은 노벨상 수상과 통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런 방식으로 기본입자를 분류한 것을 ‘표준모형’ 이론이라고 한다.

쿼크와 렙톤은 모두 질량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난 40년 가까이 이루어진 연구 결과는 표준모형 이론으로 너무나 완벽하게 설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질량과 관계된 핵심 부분에 대한 검증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이론의 바탕에는 전자기파이자 기본입자인 광자(빛 입자)와 베타 붕괴 등을 나타내는 약력(弱力)의 기본입자인 W, Z가 등장한다. 이들 세 입자의 질량은 모두 0으로 가정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빛은 질량이 없으나 W, Z 입자는 질량이 수소원자보다 약 90배 이상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힉스가 밝혀

과학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본입자들과 상호작용해 질량을 갖게 하는 새 입자의 존재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이 입자를 힉스입자라고 명명했다. 힉스는 1964년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힉스에 의해 이론적으로 그 존재가 밝혀졌지만 아직까지 규명이 안된 물질이다. 힉스의 존재가 밝혀지면 중성미자, 전자, 쿼크 등 기본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얻게 되는지가 드러난다. 우주 생성의 근원이 새롭게 밝혀지는 셈이다. 힉스를 찾는 작업을 물리학 분야의 게놈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힉스가 질량을 만들어내는 원리는 힉스장으로 설명된다. 광자가 전자기장과 관련된 입자이듯 힉스입자는 힉스장과 연관된 입자다. 힉스장은 우주 공간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입자가 힉스장을 지나가면서 힉스장과 얼마나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가에 따라 입자의 질량이 결정된다. 상호작용이 강할수록 질량이 무거워진다. 톱쿼크가 무거운 것은 힉스장과 반응을 많이 하기 때문이고, 질량이 없는 광자는 아예 반응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힉스는 성질이 비슷한 입자들이 질량이 다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LC가속기 건설돼야 완전 규명 가능

▲ <그림 1>전자양전자가속기. 유럽입자물리공동연구소가 가동했던 원형 전자양전자가속기(LEP) 터널. 지하 200m 이하에서 둘레가 27km나 된다.
질량의 크기를 모르는 힉스입자를 발견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미국 스탠퍼드선형가속기연구소(SLAC), 독일 전자원형가속기연구소(DESY),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집단(KEK) 등 여러 고에너지물리연구소에서 높은 에너지에서의 전자와 양전기를 띤 전자(양전자)가 충돌할 때 생성될 수 있는 힉스입자를 찾아 보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힉스입자의 질량이 수소핵의 40배보다는 큼을 알게 되었다.

한편 유럽 물리학계는 스위스 제네바 근교의 스위스ㆍ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유럽공동입자물리연구소(CERN)에 1989년부터 2000년까지 12년 간 둘레 27km의 거대한 지하 원형 전자양전자가속기(LEP)를 제작하였다.<그림1 참조> 여기서 유럽, 미국, 아시아로부터 온 약 1200명의 세계과학자들이 4개의 검출기를 중심으로 연구팀을 구성해 실험을 수행했다.

그런데 1983년 약력 매개입자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한 칼로 루비아 박사(당시 CERN 소장)는 유럽학계의 의견을 모아 초전도초가속기(SSC)보다는 조금 경제적인 대형강입자가속기(LHC) 계획을 제안하였다. 이 계획은 힉스 발견을 위해 실험하고 있던 CERN연구소의 27km 가속기 터널을 그대로 이용하되 전자와 양전자 대신 양성자를 우주탄생 초기와 매우 가까운 속도로 가속시켜 서로 충돌시키는 가속기를 만들어 힉스를 확실히 발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LHC계획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서는 같은 터널을 사용하는 LEP 실험을 어느 시점에 중단해야 했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그 시기를 2000년 초로 잡았다. 그런데 2000년 초 힉스입자 대장정에 대혼란이 일어났다. 실험 종료를 앞두고 LEP의 에너지를 최대로 하여 자료를 면밀하게 분석해 본 결과, 힉스입자라 여겨지는 후보가 갑자기 8개나 나타났고 모두 질량이 수소의 122.6배가 되는 것이었다. 숨이 멈춰지는 순간이었다. 과연 이 신의 입자가 그 존재를 드디어 나타냈을까?

이런 힉스 후보가 비교적 강력하게 나타났으나 LHC 건립을 위해 LEP 실험은 정작 끝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세계 도처에서 실험 연장에 대한 찬반 양쪽의 극렬한 움직임이 있었으나 CERN 소장인 마이아니 박사는 실험 중단을 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LEP는 해체됐고 현재 같은 장소에 LHC가 건립되고 있다.

▲ <그림 2> 미래 선형가속기. 일본, 미국, 독일 등이 서로 유치하기 위해 첨예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미래 선형가속기(LC)의 조감도. 길이가 33km가 되는 이 가속기 제작에는 6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페르미연구소의 과학자들에게는 힉스 발견의 주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유럽 LHC가 2007년에 가동될 것이지만 혹시 일정보다 늦어지면 페르미연구소에서도 충분한 준비를 하여 2008~2009년경에 먼저 발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LHC가 작동되면 1년 이내에 힉스를 확실히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힉스입자의 성질을 좀더 세밀하게 알아보려면 이 가속기로만은 부족하다. 이번에는 전자·양전자 선형가속기(LC)를 LEP보다 5배 이상 높은 에너지를 갖도록 하여 힉스입자에 대한 완벽한 연구를 해보자고 한다.<그림2 참조> 이 때문에 세계 물리학계는 다시 뜨거운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어디에, 누가, 어떻게 분담하여 이 가속기를 건설하는가에 대해 쉽게 의견이 모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손동철 경북대 물리학과 교수(son@bh.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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